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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아프면 떠나고 싶어진다
    Rachel의 여행 2014. 3. 8. 03:43

     

     

    병이 다시 도진 모양이다. 자꾸만 아프다.

    무언가 또는 누군가 그리워지면 한 며칠씩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. 그러면 진짜 거짓말처럼 아파지곤 했다.

     

    어느 공항의 게이트를 지나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 보았을 때 거기, 함께 따라 들어오지 못한 한 사람이 서 있었다.

    어디론가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의 빠른 걸음에 밀려난 듯 조금 비켜서 동떨어진 채 쓸쓸하게... 그렇게...

    그게 마지막이라는 걸,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는 걸 그때 그는 알았을까. 아마 알았을 것이다.

    그래서 그토록 섬처럼 망연히 서 있었을 것이다.

    정말 그럴줄 알았더라면 그가 그렇게 절망처럼 슬퍼할 줄 알았더라면, 좀더 마음을 보였어도 좋았을 걸 그랬다.

     

    남겨진 자와 떠난 자에게 이별은 따로 온다. 어떤 경우든 이별은 지워지지 않을 자국을 남기겠지만,

    모르긴 해도 이별은 남겨진 자보다 떠난 자에게 늦게 찾아오는 것 같다. 늦게 오는 대신 더 오래 머무는 것. 그렇게 남아서

    시간이 멀어짐에 따라 마모되기도 하지만 기억을 들출 때마다 더 커지기도 해서 문득문득 이렇게 그리움의 통증을 앓게 된다.

     

    어딘가 아프면 나는 또 떠나고 싶어진다.

    다신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, 되돌아갈 곳이 없는 것처럼...

    이젠 정말 떠나고 싶다. 빛이 다 사라지기 전에... 더 어둠에 잠기기 전에...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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