Rachel의 편지
시간의 경계를 넘어서
Rachel'B
2014. 9. 4. 22:36
9월입니다.
경계를 넘는 시간은 아득했습니다.
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듯 불안하고 위험하기조차 했습니다. 그러나 나 아직 여기 살아서 깨지고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모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.
***
저녁 강변을 걷다가 문득 당신 이름을 생각했다. 이름 뒤에 물안개처럼 갈씬거리는 한 시절의 당신 눈빛을 생각했다. 내 그리움은 이제 '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'할 만큼 속절 없는 것이지만, 때로 날이 저물고 시간의 흐린 모서리가 낯설어질 때마다 눈 감고 돌아서고 싶은 추억은 늘 있다. 추억의 힘과 그리움의 힘은 같은 높이의 음계를 가진다. 그러므로 내 노래는 언제나 길 없는 허공에 발이 묶인다. 견고한 진자처럼 제자리를 떠돈다,
그리고 아, 9월.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 당신 쪽으로 깊어지겠지. 잊혀진 만큼 헐거워진 내 그림자 조금씩 길어지겠지. 그래도 나는 살아서 저녁 불빛 속으로 또 휘청거리며 사라질 것이고, 어느 주홍의 선술집에서 가슴 흐리며 눈이 멀 것이다. 그리운 당신, 그리운 당신. 내 쓰러진 별자리에 9월이 온다.
류근 <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> 중에서